Greenpeace 단계적 탈핵 캠페인
2017년 08월 14일

[재판참관기] 우리에게 원고 자격이 없다고요?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젊은 한의사입니다.
다시 흙으로 돌아갈 때 나로 인해 보다 나은 세상이 되어있길 바랍니다”

이다인/ ‘560소송단’ 74번째 원고

 

생애 첫 법원 방문

햇볕이 따가운 초여름의 오후였습니다. 저는 이 날 열린 재판의 74번째 원고입니다.

제가 이 소송의 원고가 된 것은 작년 여름.
그린피스가 보낸 메일을 읽고 짧은 고민 끝에 조심스레 위임장과 초본을 보내며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작은 힘이나마 보태어봅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의 제 작은 힘, 작은 번거로움이 드디어 결실을 보이는 순간입니다. 첫 재판이 바로 결실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제기한 문제가 현실에서 공론화되는 뜻 깊은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일주일 중에 가장 피곤한 날은 목요일이 아닐까요. 지난 며칠간의 업무들로 누적된 피로에, 주말까지는 아직도 먼 듯한, 지루한 일과들이 빼곡히 남은 것만 같은 그런 애매한 요일.

재판은 하필 그 목요일 오후에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시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고, 제 예상은 기분 좋게 어긋났습니다. 포항에서, 대전에서… 저와 같은 원고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560소송단이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는 그린피스의 이야기에 마음이 쓰인 분들이겠지요.

소송, 원고, 재판…

일반적으로 이런 단어들은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긴장감이 드는 상황을 연상케 할 것입니다. 저 또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번 재판을 참관하며 사실 이러한 과정이 그저 불편하고 어려운 일만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더 옳고 그른지를 판별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정치적인 소견이 뚜렷하지도 법리에 밝지도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터전이 안전하고 평화롭길 바랍니다.

재판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부분은 피고인 한수원측이 어떤 반론을 할지에 대해서 였는데요. 한수원의 첫 번째 발언은 인상 깊게도 ‘원고부적격’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린피스와560명 남짓한 시민들이 과연 원전 건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는 것입니다. 고리 원전 사고를 가정했을 때, 근거리에 거주하지 않는 원고들의 경우 피폭선량을 고려해보면 어떠한 법률상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요.

아, 탄식이 나오는 이야기였습니다.

고리 원전은 전세계 188개 원전 중 그 규모가 1위였다는데요. 불과 얼마 전 고리 1호기가 폐로 되기까지 그러했고, 신고리 4호기가 운영되면 다시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이 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인구는 2017년 기준 약 5200만, 국토 면적을 고려해보면 최상위로 손꼽히는 인구 밀도를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관련 법에 원전의 건설은 기본적으로 ‘인구 밀집 지역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데, 고리 원전 반경 30km 내에는 380만 명이 거주 중입니다.
'지진 위험성이 굉장히 희박해야 한다'는 조건도 최근 경상 지역 일대의 지진 발생 현황을 보건대 안심이 되는 충족 조건은 아닌 듯합니다. 이에 대한 안전대책, 내진설계는요?
고리의 경우 일본, 미국 등지에 비해 안전도 수치 자체가 낮게 설정되어 있다는 지적도 재판을 참관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도 원자력 발전소는 사고 발생 시 광범위하고 불가역적인 재앙을 불러온다는 것을 우리는 바로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반경 30km 내 거주민은 겨우 17만 명이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 왜 안전대책이 다른 국가들보다 미비해도 괜찮다는 걸까요?

560소송단의 김영희 변호사님께서는 아주 시원스럽게, 고리 원전의 사고상황을 가정한다면 전국토의 전국민이 생명권, 건강권, 안전권에 대해 주장할 수 있다고 변론하셨습니다.

“핵폐기물 처리, 원전 폐로에 드는 비용 그리고 사고위험성. 원전이 단순히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것을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원전 건설 백지화,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취소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하셨지요. 저는 오늘 그린피스를 통해 모인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냅니다. 대한민국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되길 바랍니다… ”

기자회견에서 원고로서 제가 발언한 내용입니다.

우리가 새로운 원전 건설에 반대를 제기하는 것이 부적격하다면, 사회적 합의는 도대체 누가 모여 도출해내는 걸까요?

 

저는 누구나 그렇듯 일상에서 고군분투하고, 소소한 기쁨도 찾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지금,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급진적으로 대책 없이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에너지 정책을 뒤바꾸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우리가 보다 깊고 멀리 내다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단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작이 더 이상은 새로운 원전을 짓지 않는 것부터라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가 국민 모두의 안전과 건강보다 눈앞의 경제적 효율성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사회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글: 이다인/ ‘560 소송단’ 74번째원고

9월 28일 세 번째 재판에 함께 해주세요!

참여하기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