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peace 단계적 탈핵 캠페인
2017년 01월 17일

경주 지진 겪고…가족 위해 원전 반대 소송 참여하게 됐죠

부산에서 치과병원을 운영 중인 정석영 원장은 신고리 5, 6호기 취소 소송의 187번 원고입니다. 2016년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은 정석영 원장 가족이 갖고 있던 원전 안전성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놨습니다.

'원전제로! 560 국민소송단'이 만들어 갈 긍정적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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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단에 참여하고 나서 ‘제대로 된 정책 있으면 원전 줄여나갈 수 있고 이것이 차후 100년, 200년 지났을 때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주변에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됐죠.”

 

“제가 8살때 아빠한테 얘기를 들었어요.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곰이 살기 힘들다고요. 그런데 제 별명이 북극곰이에요!” (정정환•11)

“아빠인 제 어렸을 때 별명도 백곰이었습니다.” (정석영•43)

지난 2월 25일 부산의 한 카페. 국가 권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인 원고인들이 처음으로 모인 사뭇 진지한 자리. 한 부자(父子)의 재치있는 자기소개가 현장 분위기를 순식간에 밝게 바꾸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6년 8월 18일부터 3주간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에 참여할 ‘560 국민소송단’을 모집했다. 부산 수영구에서 치과 개원의로 재직중인 정석영 원장도 소송단 중 1명이다. 피부가 하얗고 통통해서 별명이 ‘북극곰’이란 정환이와 어릴때 피부가 하얗고 말수가 적어 별명이 ‘백곰’이었다는 북극곰 부자. 그린피스는 지난 4월 그들을 다시 만났다. 평일 저녁 늦은 시간에도 북극곰 부자는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정환이의 어머니인 김지현 (가정의학과 전문의•40) 씨와 남동생 주환(3)이도 자리를 함께 했다.


<2017년 2월 부산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신고리 5, 6호기 취소 소송 모임에서 정석영 원장이 원전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Q.소송단에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셨나요?

정석영 이하 북극곰 아빠: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전에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직업상 방사능에 민감하다보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눈여겨 봤죠. 부산이 일본에서 가깝잖아요.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날 환자 분중에 수녀님들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담긴 전단지를 제게 2차례 건네주셨어요. 원전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알려주는내용이였죠. 종교계에 종사하시는분들이 주시니까 왠지 믿음이 가기도 했고요. 그러던 와중에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페이스북을 통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단 공고를 봤어요. 보자마자 ‘무조건 해야겠다’ 란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위임장을 준비하고 병원 점심시간 쪼개서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초본을 떼는 등 소송단 신청 서류를 보냈어요.

김지현: 남편과 달리 원전에 큰 관심은 없었어요. 남편이 소송단에 참여하더라도 그건 남편 입장이니까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저한테 직접적인 여파가 오지 않으면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작년 9월 어느 날, 오후 8시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할때 였어요. 아파트가 흔들리는 거에요. 경주 지진이 발생한거죠. 지진 나자마자 정신없이 가방 2개에 담요, 양말, 물, 인감도장과 아이들 비상식량까지 쌌어요. 남편은 방사능 노출 덜 받는 방호복을 마련하자고 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한번 땅이 흔들리는 걸 경험하니까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서울에 사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희는 근처에 살다보니까 지진을 직접 느꼈거든요. ‘부산 고리에 있는 발전소가 후쿠시마처럼 원자력발전소 아니었나’란 생각이 퍼뜩 드는거에요. 부산에서 가까워 자주가던 일본 가족여행도 확 줄였어요. 가더라도 오키나와처럼 후쿠시마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을 가려고 해요.

정정환: 저는 학원가서 열심히 책 읽고 있었어요. 지진은 못느꼈지만 친구들이 지진 났다고 얘기해줬어요. 그날 아빠가 제일 먼저 스마트폰으로 원전을 검색해보시던게 아직도 기억나요. 이제 학교에서 아이들이 강당에서 발소리만 들려도 놀라요. 이럴때마다 ‘혹시 우리 가족은 괜찮을까’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2017년 2월 부산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신고리 5, 6호기 취소 소송 모임에서 정정환 학생이 원전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Q.그린피스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정정환: 지금 살고 있는 집 거실에서 부산 광안대교가 한 눈에 보여요. 저기 보이시죠? 저 다리에 어떤 사람들이 올라가는 거에요. 노란 깃발이라 눈에 띄긴 하는데 잘 보이진 않았어요. 망원경을 통해 원전 반대 메시지가 담긴 깃발이란 걸 알았어요. 외할아버지가 그린피스를 알려주시며 어떤 환경단체인지 설명해주셨어요. 깜짝 놀랐어요. (김미경 캠페이너는 정환이에게 “그린피스 광안대교 캠페인으로 방사능 누출사고시 긴급 보호조치를 받아야 하는 원전 인근 거주민 대상 보호 반경, 즉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 8~10km에서 30km로 확대하는데 기여했다”고 설명을 해줬다.)

Q.소송단에 참여한다고 하니까 주변 반응이 어땠나요?

A. 북극곰 아빠: 같은 직종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소송단 참여 소식을 들으시더니 놀라는 눈치셨어요. 소송단 분들을 처음 만나러 갔을때도 많이 놀랐어요. 그린피스 사람들을 보고 또 한번 놀랐죠. 저희 젊었을때만해도 환경•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왠지 사회에 반감이 있고 일반인과는 조금 다를것 같은 부정적인 느낌도 없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을 보니 너무 젊고 활기차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정환: 저도 아빠가 소송단 모임 가자고 할때 무슨 모임인지도 잘 몰랐어요. 원자력발전소에 시위하러 가는 줄 알았죠. 모임에 참여해보니 재밌었어요. 특히 영화 판도라가 실제 원자력발전소의 현실을 90% 이상 반영했다는 그린피스의 설명 영상도 인상 깊었어요. 모임 다녀온 후 원자력 관련 책도 읽게 됐고요.

Q. 소송은 법적인 다툼인데 참여하기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북극곰 아빠: 전혀요. 560 소송단에 참여하면서 원자력에너지•환경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게 됐어요. 내가 적극적으로 소송에 참여해도 되는구나란 자신감도 생겼고요. 최근 고리 1호기를 시민의 힘으로 정지시켰듯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에서 승리하면 더더욱 주변에서 알게 되지 않겠어요? 제 대학 선배님들도 “영국은 원자력발전소 더 짓는다더라”, “프랑스도 전체 에너지 70%를 원전에 의존하는데 걔들은 왜그렇게 하겠니”라고 말해도 예전엔 아무 대꾸를 못했어요. 우리나라만 해도 “당장 원전 없으면 그 많은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감당할래”라고 하잖아요. 소송단에 참여하고 나서는 “제대로 된 정책 있으면 원전 줄여나갈 수 있고 이것이 차후 100년, 200년 지났을 때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됐죠. 선배님들도 “이 무식한 게 어떻게 이렇게 더 알게 됐지?” 하시면서 놀라시죠. 그럼 대안이 뭔지 제가 설명을 드려요. 선배님들도 귀담아 들으시고요.

Q. 소송에 참여하신 뒤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기셨나요?

북극곰 아빠: 저희 병원 조명하고 간판, 집 조명을 다 LED로 바꿨어요. 한달에 15만원 이상 전기료가 절약이 돼요. 치과다 보니 엑스레이 촬영을 자주 해요. 환자들도 방사선에 자꾸 노출이 되잖아요. 방사선 방출량이 적은 저선량 기계로 최근 바꿨어요. 환자 분들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에 이전보다 방사선에 더 노출될 수 있을텐데 엑스레이로 인한 노출이라도 줄이면 좋잖아요. 환자분들도 아주 좋아하세요.

Q.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북극곰 아빠: 지난 19대 대선 당시 후보들의 원전 공약도 다 찾아봤어요. 누가 어떻게 에너지 정책 방향을 잡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죠. 저는 주변에 계속 말해요. 원전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고. 그럼 내 일인데 그냥 앉아서 걱정할게 아니게 돼요. 주변에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얘기도 해보고, 소송 등에도 참여를 더하면 진짜 내 일이 되잖아요. 촛불시위로 대통령도 탄핵하는 세상이잖아요. 국민의 의견이 중요한 시대고 국민이 못할게 없는 세상이에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원전 없는 재생가능에너지 세상이 온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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